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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헌 일기

# 4월 20일(목) 귀소헌 일기
  • 작성일시 :2017-04-20 19:49 조회수 :725
# 4월 20일(목) 귀소헌 일기

비가 예보되어서 작업은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종일 흐리고 미세먼지가 뿌옇게 안개처럼 자욱하게 깔렸습니다. 오늘이 곡우인지라 집 주변의 차나무에도 첫싹이 움터오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차 작업이 시작되는 철인데 집짓는 일로 차 따는 일을 많이 못도와 줄 것 같아 집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한철 차 작업해서 1년 먹을 차를 만드는데..... 야생 차는 확실히 몸에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경험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화 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수치가 높았는데 장기간 차를 마신 덕분에 지금은 정상입니다. 또한 항암 효과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15년전 집사람이 난소암 수술하고 직접 야생차를 따고 덖어서 제다한 "월출산 야생 달빛차"를 꾸준히 마셨는데 그 덕분인지 말기암을 이겨냈습니다. 이곳 지명이 탑동으로 불교와 관련성이 많고 옛 절터들이 집 주변에 여러 곳 있습니다. 절터 주변에는 으레껏 야생차가 자생합니다. 세종실록에도 세종이 신하들에게 머리가 명석해지는 차를 하사했는데 그 차의 산지가 월출산이라고 나옵니다. 옛부터 무위사와 도갑사 그리고 월출산 주변의 암자에는 야생차들이 자생하고 있었고 스님들은 그 차를 드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산이 월남의 백운동원림에서 차를 마시면서 시회를 열고 주변 백운동의 경치를 초의에게 그리게 한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도 이미 월출산 주변에는 차가 자생하고 있었음을 알 수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귀소헌을 지을 당시 집 주변에 몇년간에 걸쳐 야생차밭을 일구었습니다. 이번에 집지은다고 차나무가 많이 뽑혀 죽기도 했지만 귀소헌의 다원은 계속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차나무는 직근이어서 뿌리가 굉장히 깊이 들어 있어 옮겨 심어서 살 확율이 매우 낮습니다. 결국 씨앗을 파종해서 오랜 세월 기다리지 않고는 수확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귀소헌에는 남도의 차정신이 살아있습니다. 다산과 초의와 추사가 교류했던 매개는 차였습니다. 차는 입으로 들어가 혀를 자극하고 코를 자극해 향기를 음미하지만 결국 정신을 맑게하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하루종일 노콘이 외부로 노출되는 외부 벽면을 사다리에 올라가 걸레로 일일이 닦고 물청소를 했습니다. 가급적이면 노콘의 질이 높게 그리고 깔끔하게 나올 것을 기대하며 일했습니다. 집짓는 하나하나의 과정 속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습니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는 것은 내집이어서가 아니라 우리집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