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헌 소개

인문학정원 귀소헌 소개

인문학정원귀소헌이 태어난 배경

38여년 전의 일입니다. 질곡의 한국현대사가 또 다시 군화의 발굽 아래 폭압과 침묵이 긴 그림자를 남기던 시절, 육신과 정신이 지칠대로 지쳐 있을 때의 일입니다.
구석진 작은 방에 누군가가 보다 휴지 대용으로 썼는지 겉장도 떨어지고, 구겨질대로 구겨진 국한문 혼용으로 쓰여진 ‘고문진보’라는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의 명문장들만 모아 편집한 책인데, 그 중에서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세월지나 도연명이처럼 42세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살았습니다.
집을 짓진 않았지만 당호(堂號) 즉 집의 이름은 귀소헌(歸素軒)이라 명했습니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집”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집을 지을까? 답을 찾아 오랫동안 답사처에서 만난 선인들의 지혜를 차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났던 곳이 호남일대의 누정입니다. 
소쇄원의 광풍각, 식영정, 독수정, 면앙정, 환벽당, 세연정 그리고 초의스님이 말년을 보냈던 일지암입니다. 
단순하고 검박하면서도 정신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방 1칸에 3면이 툇마루 구조로 다산정약용, 추사김정희, 소치허련이 시․서․화를 논하며 풍류를 즐겼던 이 집을 원형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토목공사를 시작한 것이 2004년 11월, 2005년 4월 4일 드디어 상량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쉬며 명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며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는 그런 공간을 향유하고 싶은 갈망이 첫 삽을 뜨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2년의 세월이 흐른 뒤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꼬르뷔지에의 제자 김중업 그리고 그의 제자인 곽재환교수가 1년동안의 설계과정을 거쳐 2017년 완성한 집이 인문학정원귀소헌입니다. 
이 집은 서양과 동양의 건축철학이 살아있는 공간이며, 일지암을 본떠 만든 귀소헌을 중심으로 문간채인 게스트하우스와, 사랑채인인 서재, 그리고 안채로 구성되었습니다. 
이곳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인간의 근본으로 돌아가는 집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놀이터를 만드는 꿈의 시작이고 쉬엄쉬엄 살기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의 안식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