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6일(토) 귀소헌 일기
드디어 거푸집으로 베일에 감춰진 귀소헌의 얼굴을 보게되었습니다. 노콘이 아닌 벽체의 안쪽 부분과 입구쪽 외벽 일부분의 거푸집을 철거하였습니다. 비교적 깨끗하게 세수한 귀소헌의 맨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타설하다 슬럼프가 맞지않아 중단했던 곳과 거푸집이 터진 부위였습니다. 타설중 중단했던 부분만 곰보처럼 일부 골재만 뭉쳐있는데 바깥 쪽은 기와 막쌓기로 감춰지고 안쪽은 단열재로 막아지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거푸집이 터진 곳은 안쪽은 이상이 없으니 바깥쪽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 작업은 양도 많고 거푸집 운반하는 일이 힘이 들텐데도 불구하고 5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작업인부 5명이 모두 농아인데, 정상인보다 훨씬 성실하고 힘든 일도 거뜬하게 해낸다니 대견할 뿐입니다.

귀소헌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다목적실의 창이 민가의 봉창 역할을 합니다. 바깥에서 어떤 사람이 오는지를 살필 수있는 곳입니다. 벽난로를 설치하면 환기 기능도하고 봉창 기능도 하니 일석이조입니다.

스치로폼으로 벽체에 기대어 세워둔 곳이 개집입니다. 아마 개집을 설계 도면에 그려넣은 것은 한국건축사에서 처음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설계자의 생명에 대한 배려심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1,770×1,300×1,000인데 아무래도 맷돼지를 키울만큼 너무커서 현장 상황에 맞게 비례를 고려해서 조금 줄일까합니다.
달이 떳습니다. 며칠후면 보름이라 달이 밝습니다. 옥상 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며 달밤의 분위기를 관망합니다. 곽선생님께서 연못에 비친 달을 얘기하셨는데, 정말로 연못에 달이 떴고, 옥상의 노천탕 바닥의 괴여있는 물 속에도 달이 떳습니다. 옥상에 올라서면 온 사방이 달 천국, 월천입니다. 예전에 "임지관월" 즉, 연못에 머문 달을 관망한다고 창암이삼만이 쓴 글씨를 도각한 적이 있는데 이제야 물흐르듯이 유연하게 흐드러진 그 글씨 속에 담긴 조형성을 알 것 같습니다.

설계도면을 따라 지난 1년동안 공간여행을 했습니다. 입체화된 공간 속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발길 닿는 곳에 입체화된 벽체가 세워지고 저는 그 중심에서 공간을 나누고 공간 속을 옮겨 다녔습니다. 그래도 단 한가지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은 높이의 문제였습니다. 관망의 대상이 어느 선에서 막히고 터질 것인지를 예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고 느끼는 것으로, 동행이 아름다운 인문학정원 귀소헌을 만들겠습니다. 걱정해 준 모든 분들께 그리고 수고해준 모든 분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아름다운 집을 그려주신 곽교수님, 설계를 꼼꼼히 챙겨준 이사장님, 설계 확인 대조를 해주시는 감리교수님, 무엇보다 재정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내색하지않고 후원해 주는 집사람에게 모든 고마움을 돌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