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일(월) 귀소헌 일기
오늘은 현장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목수는 배근된 부위에 미리 짜놓은 거푸집을 연결하며 상부 마감 처리하고, 전기와 설비는 바닥에 고정시킬 배관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이 레미콘 타설 전에 현장에서 준비해야할 내용들을 정리해서 작업 지시하니 한결 수월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노천탕이 좁다는 문제 제기는 매우 시기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몇 명정도가 이용할 것인가의 근본 문제를 제기해서 규모를 좀 더 넓혔습니다. 4인 가족을 중심으로 월출산을 조망할 부분만 의자 형태로 남기고 나머지 면적은 욕조로 넣었더니 2,200×1,800×500 사이즈가 되었습니다. 굳이 경비 지출해가면서 옹색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좀 더 넓은 면적을 확보하는게 낫다는 의견은 역시 전문가다운 생각입니다.

노천탕이 만들어질 공간입니다. 원래 2층 옥상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옥상공간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한쪽 코너로 옮겼습니다. 4면에 턱을 두어 의자로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고 이곳에 앉아서 족욕을 하며 월출산을 조망하도록 계획되었습니다. 욕조 크기는 1,700×1,400×500이었습니다. 현재는 욕조 들어가는 입구 쪽과 왼쪽만 턱을 두고 의자로 활용되도록 변경했습니다. 노천탕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설계한 곽교수님과 곡차를 하다가 선생님께서 설계한 이태원 주택 얘기가 나왔습니다. 주택 설계비 중에서 최고로 많이 받은 집인데 그 집 옥상에 노천탕을 넣었는데 건축주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최고의 찬사를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진 좀 보여달라고 했지요. 멀리 남산의 야경이 들어오고 서울 시내의 밤 풍경이 들어오면서 욕조 속에 불빛이 비추고 와인 바를 겸한 테이불, 너무 근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생님 귀소헌에도 옥상에 노천탕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했습니다. 달이 뜨고 별이 뜬 날 밤, 눈이 내리고 비가 오는 날 월출산을 마주하며 따뜻한 노천탕에 족욕하며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다면 최고로 멋진 추억여행이 되겠다고 선생님을 졸라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달빛 쏟아지는 보름날 밤 따뜻한 물에 족욕하면서 따끈한 정종 한 잔 깃들이며 선생님의 "황성 옛터"를 듣는 날이 오고 있습니다.
"캬 조오타"
"멋져 부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