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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헌 일기

공자(孔子)와 구곡주(九曲珠 )이야기
  • 작성일시 :2018-01-14 11:21 조회수 :1,662
공자(孔子)와 구곡주(九曲珠 )이야기

공자는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태어나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성인으로 대성하였다. 유교적인 이상 정치를 실현 하려했으나 토착 기득권 세력(三桓氏)의 반발로 실패하고 55세에 제자들과 14년간 조국을 떠나 주유천하(駐遊天下)로 여러 나라에 유랑의 길에 올랐다. 그러나 유랑의 길은 순탄치가 않았다,

공자가 초나라(楚)로 가기위해 채(蔡)나라 국경을 넘을 무렵 뽕나무에서 뽕따는 두 여인을 보았다. 동쪽가지에 뽕따는 여인은 구슬처럼 예쁜 얼굴이라 동지박(東枝璞:구슬박)이라 하고 서쪽가지에 뽕따는 여인은 못생긴 얽은 박이 추녀라 서지박(西枝縛:얽을박)이라 하며 혼자말로 농(弄)을하며 자나가는데, 이 말을 엿들은 서지박 여인이 공자를 힐끔 쳐다보며 하는 말인즉
“위 입술이 말아 올린듯하여 치아가 들어나는 궁핍한 얼굴이니 칠일동안 굶주릴 관상이로구나! 그러나 귀가 얼굴보다 희고 잘생겼으니 문장만은 천하에 으뜸일세”
뽕따는 두 여인은 인간세속에 평범한 필부(匹婦)가 아니고 도를 닦은 은자(隱者)인듯한데 공자는 생각 없이 가볍게 농을 하고 채나라국경에 도달하였다. 그르나 국경을 지키는 관리들은 공자를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나라의 역모의 수괴인 양호(陽虎)의 무리로 오인하여 강금 하여 굶겨버린다. 제자들이 극구변명하며 노나라성인 공자라고 설득하니 그렇다면 성인이라는 표적을 보여라 하고는 아홉 구비로 된 구멍 뚫린 구곡주(九曲珠) 구슬을 주면서 이 구슬을 한꺼번에 실로 꿰어보라 했다. 공자와 제자들은 구슬을 꿰어보려 했으나 헛수고였다.
제자 중에 자로(子路)가 앞서 뽕나무밭에서 서지박이 하는 말이 예사롭지가 않으니 찾아가 물어보자고 간청하여 공자에게 허락받아 뽕나무밭에 갔으나 두 여인은 사라지고 서쪽뽕나무 가지에 짚신 한 짝이 가지 끝에 걸려있었다. 신발이 매달려있으니 계혜촌(繫鞋村)마을에 살 것이라는 판단 을하고 마을로 찾아갔다. 계혜촌 에서 서지박 여인을 만났다. 정중히 사과하고 스승인 공자를 위기에서 구해달라고 간청을 하니 그 여인은 “그만한 도량과 지혜도 없이 경솔히 말하고 사람을 비웃는가.” 라고 꾸짖고는 흰 종이에 필묵으로 밀의사(蜜蟻絲)라고 써주면서 공자에게 보여라고 하였다.

제자들은 밀의사 쪽지를 공자에게 보이자 공자는 무릎을 탁! 치면서 꿀과 개미 명주실을 구해오라 명했다. 공자는 꿀을 한쪽구멍입구에 바르고 개미허리에 실을 매어 반대편구멍에 개미를 갔다 대었다. 개미는 곧장 꿀 냄새를 맡고 꿀 발린 구멍 쪽을 향해 아홉 구비 구멍을 넘어 꿀 발린 구멍까지 한꺼번에 구곡주 구슬을 꿰었다. 그제야 공자는 채나라국경에서 칠일동안 굶주리고 연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자와 구곡주 이야기는 전한시대 사마천(司馬遷)이지은 사기에 수록된 설화이다. 설화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회자(膾炙)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 이야기를 통하여 많은 깨달음을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공자가 뽕따는 서지박 여인을 얕보고 못났다고 힐난한 내용은 언행이 삼사일언(三思一言)으로 신중해야 할 것을 경솔히 말한 점과 은자를 통찰력 부족으로 필부로 오인한 것을 각성 게 하는 대목이다.

둘째는 구곡주와 태양계의 아홉 위성, 인체의 아홉 구멍이 순환의 진리가 연관이 있다는 내용이다. 공자는 구곡주를 못 꿰어 연금 되었다가 필부의 도움으로 꿰어내자 풀려나서 주유천하 순방의 길을 떠나게 되였고, 우주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위성이 순환하여 하늘의 질서를 유지하며, 소우주인 인체도 얼굴에 7개구멍이 있어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을 받아들이며 청각으로 소리를 들어서 받아들이고 코로 대기를 받아들여 들. 날숨을 쉬게 하고 입으로 음식물을 받아들여 신체를 유지하며, 단전 밑에 2개구멍은 에너지화한 뒤 노폐물을 대소변으로 배출하는데, 인체도 아홉 구멍이 들이고 내보내는 신진대사가 원활 할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성인은 나면서부터 사물의 이치를 꿰뚫어보지는 않았을것이다. 구곡주 설화를 보면 공자도 나이가 칠십이 되어서 높은 경륜과 지혜, 도량이 쌓였을 때 비로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행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七十而 從心所欲 不踰矩)라고 했다.

공자와 구곡주이야기는 말의 신중함과 만물의 원리터득은 높은 경륜과 지혜, 도량이 쌓여야 통찰력이 얻어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인생항로에 꺼지지 않는 등대처럼 철학과 진리가 담긴 구곡주 이야기는 지금도 인간사회에 교훈처럼 널리 회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