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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헌 일기

# 2018. 3. 17. 귀소헌일기
  • 작성일시 :2018-03-17 19:14 조회수 :657
# 2018. 3. 17. 귀소헌일기

오늘은 마지막 정원 정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맹종죽을 파서 옮기고 땅속에서 뿌리가 퍼지지 않도록 기와장을 박아 경계를 두고 심었습니다. 맹종죽은 잎이 짧고 마디도 짧고 줄기는 매우 두껍지만 매끈하게 날씬한 여자처럼 예쁩니다. 제가 맹종죽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나무가 주는 품격과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나주 죽설헌과 담양 명가원에서 만났던 맹종죽의 아름다움은 황홀한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잎과 마디가 모두 노르스름한 빛깔을 띕니다. 특히 겨울에 눈이 쌓였을 때 잎이 짧아 눈꽃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바람에 휘청거리다 한움큼의 눈을 토해내고 바람에 스치는 '사각사각' 소리는 죽비를 연상케합니다. 맹종죽이 땅을 뚫고 세상에 올라 올 때의 장엄함과 생명의 경이감은 신비스럽습니다. 대나무 종류 중 맹종죽의 죽순이 가장 큽니다. 강연균선생이 그린 수채화 죽순 역시 맹종죽입니다.
대청 마루에 앉았을 때 바람결에 사각거리며 다가오는 댓잎 스치는 소리와 눈꽃이 휘청거리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오늘 하루 애를 썼습니다. 적당히 저장고도 가려지면서 생각했던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대청 마루에 앉아서 바라본 정경입니다. 세월이 맹종죽과 함께 켜켜이 쌓이면 제법 폼이 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언덕 위 산벗나무, 때죽나무와 저장고 앞 은행나무, 산수국, 수양매화와 어울려 아름다운 정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