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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헌 일기

# 2018. 2. 25. 귀소헌 일기
  • 작성일시 :2018-02-25 06:56 조회수 :578
# 2018. 2. 25. 귀소헌 일기

새벽
어둠과 밝음의 경계지대
어둠이 밀려가고 여명이 다가오는 곳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사물들이 흐릿흐릿하게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늘 이 시간에는 머릿속 생각들이 바람처럼 이리저리 부산하게 움직인다. 잡으려고 할수록 잡히지 않는 상념의 바다에서 하루를 계획한다.
"어제 무엇을 했지. 오늘은 무엇을 해야지"
어제 한 것도 가물거리며 기억에서 사라진 자신을 돌아보며 `치매`인가 걱정한다. 어제는 귀소헌 대문 고치고, 물통거리 청소, 오죽파기를
했다. 문교수님 일행이 점심 무렵에 왔고 동네 사람 둘이 다녀갔다. 일할 때 사람이 오면 리듬이 깨지고 지체되기 마련, 그렇다고 오는 사람
박절하게 보낼 수없고 차공양으로 대신했다. 며칠전 류교수님을 보내고 삶의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암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고
고별강연회에서 말했지만 그 이면에 `얼마나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을까`를 헤아리니 마음이 무겁다. 만년 소녀로 열심히 세상을 사셨지만
정년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간 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니 "인생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갑자기
공간이 엄청나게 크다는 느낌과 자신감이 후퇴하는 내 자신 앞에 서있다. 집이 하나둘씩 정리되고 일과 전쟁하지 않고 타협하면서 소로우가 했던
것처럼 일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살아간다면 최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즐기면서 살지 않을까 다짐해보는 아침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출발해서 매화나무 세그루 옮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