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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헌 일기

# 3월 23일 귀소헌에서
  • 작성일시 :2017-03-23 20:47 조회수 :1,097
# 3월 23일 귀소헌에서

남도의 봄입니다.
"워매 단풍들겠네"라고 영랑이 얘기했는데
"워매 매화들겠네"라고 얘기하는 독천 광암마을의 하루입니다. 독천의 우리말 의미는 혼자가는 개울입니다. 그 개울 건너에는 미암이 있고 그곳은 낙지들의 천국이었습니다. 미암의 갯벌 낙지가 독천에서 연포탕이 되고 갈낙탕이 되었습니다. 전라도 밑반찬의 정수는 발효된 젖갈입니다. 낙지젖, 갈치젖, 바지락젖, 오징어젖, 토하젖 젓갈들이 한상 가득 차려집니다.
오늘 점심은 독천 바다촌에서 낙지무침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이 집의 장점은 천연막걸리 발효식초에 낙지를 맛갈스럽게 무쳐 큰낙지를 매우 부드럽게 잘 익혀내는데 있습니다. 점심 약속이 12시였는데 30분의 여유가 있어 광암 매화마을을 들렸습니다.

고목나무 매화 가지가지마다 순백의 매화꽃이 자기 목숨 다하여 예쁜 꽃망울 터뜨리고 매화 열매 꽃피우는 모습이 오늘 내 모습같습니다. 허망....

꽃 속에 꽃은 그저 꽃일 뿐 절대 잘난체 하지 않습니다.
필 때 피고 시들 때 시들고 갈 때 갑니다. 자연의 순리를 배웠습니다.

매화를 볼때는 조선 후기 전기의 그림 한폭이 생각납니다.
'매화모옥도'
"매화 핀 달밤 초가집을 찾아가는 나그네를 그린 그림"
여유와 낭만이 있어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