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6일(일) 귀소헌 일기
오늘은 세월호 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꽃다운 나이에 꿈도 못펴고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난 아이들, 아직도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영혼들...
휘날리는 벗꽃이 꽃눈처럼 이리저리 떠돌아 날리는 모습이 아이들의 눈물꽃 방울인 것처럼 느껴지는 하루입니다. 짚시들의 한이 서린 PADO와 박병천 선생의 구음을 듣는 것으로 위로를 삼고 오늘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외벽 거푸집 벽체를 세우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형틀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노콘의 형식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줄눈과 면분할 선들의 위치
창호와 바깥 경계선들과의 위치, 폰구멍 위치 등 노콘이 주는 외벽의 비례미와 균형과 대칭미를 전체적으로 확인할 수있는 순간입니다.

다목적실의 뒷쪽은 기와허튼쌓기, 막쌓기라서 유로폼으로 거푸집을 조립했습니디.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A급 거푸집이라서 기초부분도 매우 깔끔하게 면처리가 되었습니다. 아마 출입구의 정면쪽 벽체도 깔끔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와를 3등분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쌓는 것이 설계하신 곽교수님의 의도입니다. 귀소헌을 찾아오는 사람이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오면서 어떤집일까? 궁금해하면서 집은 보이지 않고 장군봉과 천황봉이 펼쳐지는 월출산의 풍광에 마음을 빼앗기며 잠시 집 생각을 잊고 있을 순간 갑자기 무질서하고 흐트러진 허튼쌓기된 2.6m의 높은 벽체겸 담을 만나게 되어 궁금증은 증폭됩니다. 자연질서의 정형함이 일순간에 깨지면서 드라마틱하게 공간연출이 되도록 출입구에 들어서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앞을 보는 순간 정제된 귀소헌과 인문학정원의 마당에 발을 내딛게 됩니다.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분리된 비밀의 공간, 어머니의 품안으로 들어가는 화엄의 세계로 귀소합니다.

카고크레인이 세운 벽체를 바깥에서 들어오면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다목적실로 인문학적 담론이 펼쳐질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시서화를 논할 것이고 영화와 음악 그리고 문학의 서사적 세계가 얘기될 곳입니다. 공간이 자꾸 차폐되어질수록 제 머리 속에는 놓여질 가구며 그림 등 자질구레한 생활용품들의 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 사진이 위에서 언급했던 귀소헌을 만나는 첫인상입니다. 멀리 장군봉이 보이고 우측에 커다란 목서 사이 좌측으로 작은 출입구가 보일테고 그 안으로 빼꼼히 펼쳐질 공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시간여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