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0일(월) 귀소헌 일기
낼 비오는 관계로 오늘 작업하지 못했습니다. 콘트리트 양생하기에는 몇일 시간적인 여유를 두는 것이 좋은 조건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건축주 입장에서는 일이 빨리 진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조바심도 나는게 사실입니다.
귀소헌에 벗꽃이 만발했습니다. 17년 전 쯤 무등산 자락의 남면 무동마을에서 묘목을 사다 해남 화원 매계리에 심었다가 2005년 귀소헌을 신축하면서 옮겨 심었습니다. 나이가 제법 들어서인지 나무도 많이 커졌고 꽃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동해안 여행갔다가 속초 근처 작은 어촌마을에 벗꽃이 꽃밭을 이룬 사이로 작은 오두막 집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되새기며 벗나무는 군락으로 모아 심기를 했습니다. 벗꽃이 휘날리며 앤딩하는 날 낮술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마시면서 "벗꽃앤딩" 노래를 듣는 것도 매우 낭만적입니다.

공사현장 너머로 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이런 날엔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의 한 장면이 기억의 저장고에서 살아납니다. 막부의 시대를 부활시키고자 꿈꾸지만 신문물의 개방을 막지 못하고 자결하려는 주인공이 벗나무 아래서 무릎을 꿇고 시 한수를 읊으면서 친구인 톰크루즈에게 할복할 때 목을 쳐달라고 부탁합니다. 벗꽃이 꽃비처럼 휘날리던 장면이 비애감이 들만큼 고혹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