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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헌 일기

벗꽃 마중을 하며
  • 작성일시 :2019-04-08 08:48 조회수 :2,110

겨우내 움츠렸던 벗나무에 꽃이 하나둘씩 톡톡 터지기 시작하더니 그림꽃밭이 되었습니다.


"꽃들아 고맙구나"


벗꽃은 피는 것보다 지는 날이 더 아름답습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벗꽃이 꽃비를 내릴 때

곡차가 생각나는 시간입니다.


캬!

조오타.



언젠가 우리 인생도 낙화하는 꽃비처럼 이별을 아쉬워하는 날들이 오겠지요.  

이런 날은 소동파의 시가 생각납니다.

달밤 살구꽃 아래서 친구와 더불어 술을 마시는 정경이 너무나 낭만적입니다.


"달밤에 손님과 함께 살구꽃 아래에서 술을 마시며"

                                                                                                                 

                                                                       소식

 

 

살구꽃이 발로 날아들어 남은 봄마저 흩뜨리는 듯한데

밝은 달이 문으로 들어와 고요히 사는 사람 찾아온다.

옷자락 걷고 달 아래 거닐며 꽃 그림자 밟노라니

환하기가 마치 흐르는 물에 푸른 개구리밥 적시는 듯하다.

꽃 사이에 술자리 펴니 맑은 향기 피어나고

다투어 긴 가지 끌어당기니 향기로운 꽃잎 눈처럼 떨어진다.

이 산성의 묽은 술은 마실 만한 것이 못되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술잔 속의 달이라도 마시게나.

퉁소 소리 끊어지고 달빛만 밝은데

달도 지고 술잔 빌까 오직 그것이 걱정이네.

내일 아침 땅을 말 듯 봄바람이 거세게 불면

다만 푸른 잎 사이에 지다 남은 붉은 꽃만 보이리.